콩가루 집안을 사용하시는 하나님
(김정훈 목사)
기독교인들에게 흥미로운 성경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권한을 사고팔았던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그 팥죽과 속임수에 시선을 두지만, 이 사건에는 아버지 이삭과 어머니 리브 가, 그리고 두 형제가 얽힌 복잡한 선택과 책임이 함께 등장합니다.
관습에 따르면 아버지는 큰아들을 축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큰아들 에서가 아니라 둘째 야곱을 통해 아브라함과 이삭의 언약 을 이어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네 사람은 각기 다른 모습으 로 행동합니다. 이삭은 사냥해 온 고기를 좋아해 에서를 편애했고, 에서 는 장자의 권리를 하찮게 여겨 붉은 죽 한 그릇에 넘겨버립니다. 리브가 는 하나님의 약속을 알고 있었지만, 그 약속을 기다리기보다 인간적인 꾀로 앞당기려 했고, 야곱은 그 계획에 동참합니다.
이 가정은 믿음의 모범이라기보다 편애와 조급함, 욕심과 속임수가 얽힌 말 그대로 ‘콩가루 집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이 가정을 버리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연약한 현실 속에서 구원의 역사를 계속 이루어 가셨습니다. 인간의 결정은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를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의 죄와 잘못된 선택이 가볍게 여겨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연약함을 사용하시되, 결코 죄를 기뻐하시지는 않으십 니다. 우리가 조급함 속에서 선택하려 할 때, 결과를 통제하려는 유혹 앞 에 설 때, 야곱의 가정을 떠올려 봅시다. 그리고 하나님의 때와 하나님의 방법을 신뢰하며, 기다림의 믿음으로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