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4, 2025

by thegmpc


만나면 피어나는 기쁨

(김정훈 목사)

강단에 있는 대강절 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운데 흰색을 제외하고 네 개의 초중에 세개는 보라색 그리고 한개는 분홍색입니다. 왜 분홍 색일까요? 바로 세번째 대강절 주일은 기쁨의 주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쁨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누가복음 1장, 마리아와 엘리 사벳의 만남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로 부터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예 수라 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됩니다. 얼마나 두렵고 떨리겠습니까? 하나님의 은혜로 아이를 갖게된 엘리사벳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삶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길을 걷고 있었지만, 서로를 만나는 순간 기쁨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성경은 그때 태중에 있던 세례 요한이“기쁨으로 뛰놀았다”고 말합니다. 기쁨은 억지로 만들어낸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가 가까이 오셨음을 알아차릴 때 솟아나는 반응이라는 뜻입니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의 집에 들어섰을 때,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 확실한 미래도 여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에는 하나님이 지금 일하고 계신다는 확신이 가득했습니다. 그 확신이 두 사람의 영혼을 밝히며 기쁨을 일 으켰습니다. 그래서 엘리사벳은 성령께 감동되어 이렇게 말합니다.

“내 주의 어머니가 내게 나아오니 이 아이(세례 요한)가 나로 말미암아 기뻐 뛰노는도다.”이 장면은 우리의 기쁨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다시 가르쳐 줍니다. 기쁨은 상황의 변화보다 하나님이 가까이 계심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 됩니다. 그래서 기쁨은 소리 내어 웃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부드 럽게 피어오르는 평안과도 같습니다.

대강절을 지내며 우리도 묵묵히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누구와 함께 주님의 임재를 바라보고 있는가?” 마리아와 엘리사벳처럼 서로의 믿음을 깨워주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함께 바라볼 때, 우리의 마음에도 잔잔한 기쁨이 다시 살아납니다.

대강절 세 번째 주일, 성탄을 향한 우리의 걸음 속에서 하나님이 가까이 오셨 다는 기쁨이 은은하게 스며들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