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첫 자리에 누구를 모실 것인가?
(김정훈 목사)
저는 어릴 때부터 한 가지 하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새해가 되는 순간, 보신각 종소리가 울리는 종각에서 사람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 장면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그 시간, 저는 송구영신 예배 자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나 후회가 남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제 마음에는 분명한 고백이 생겼습니다. 그 시간에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예배당이었고, 제가 함께해야 할 분은 주님이셨다는 사실입니다. 새해의 첫 시간을 예배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 지금은 감사로 남아 있습니다.
성경은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라고 말씀합니다. 이것은 많이 드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남은 것을 드리지 말고, 먼저 드리라는 말입니다.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이고,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여유보다 우리의 우선순위를 보십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했던 청교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급했지만, 그들은 예배의 자리를 먼저 세웠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뒤로 미루지 않았습니다. 그 선택이 그들의 신앙이었습니다.
오늘 이민교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쁘고, 정신없고,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예배는 가능한 시간에, 신앙은 여유가 있을 때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미뤄진 신앙은 어느 순간 삶의 중심에서 멀어지기 쉽습니다.
송구영신의 이 시간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묻습니다. 새해의 첫 자리에 무엇을 두겠느냐는 질문입니다. 첫 시간을 예배로 드리고, 첫 마음을 주님께 향하며, 첫 결정을 기도로 시작하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첫 열매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거창한 계획보다 이 고백 하나면 충분합니다.